정기총회 백 배 즐기기!
11월 이맘 때가 되면, 교회마다 부서마다 정기총회로 모여 한 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준비하게 된다. 특히 이 정기총회를 통해서 다음해의 임원을 선출하기 때문에 대부분이 ‘이번에는 누가 임원이 될까?’라는 궁금증과 ‘내가 임원이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 또는 부담감으로 정기총회를 맞이한다. 그러나 우리가 매년마다 정기총회를 열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임원을 선출하는 것 이상의 정기총회의 의미는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오늘의 정기총회 그 의미를 알고 하면 더욱 유익하지 않을까?
정기총회는 회칙에 의거하여 일년에 한 번, 정한 때에 청년부에 속한 모든 지체들이 함께 모여 사업보고, 회계보고, 임원개선 등의 여러 가지 회무처리를 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이 총회는 엄격하게 구분되지는 않지만 ‘회의로서의 총회’, 그리고 ‘모임으로서의 총회’의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먼저 ‘회의로서의 총회’는 청년부(공동체)의 중요 안건들을 처리하는 것이다. 보통의 안건들은 임원회에서 처리하지만, 1년의 사업보고와 계획, 그리고 회계보고와 예산안 등은 총회(정기총회, 임시총회)를 통해서 확정되어 진다. 이 안건들을 모든 회원들이 모인 총회에서 다루는 것은 그 만큼 청년부의 한 해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주주의 제도’를 사회의 근간으로 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투표’라는 방법을 통하여 다음 해의 임원을 세우는 것 또한 총회의 중요한 회무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이외에 청년부(공동체) 전체에 관련한 중요한 사안이 있다면 임원회(또는 다수의 회원)가 미리 안건을 제시하여 토의하는 ‘안건토의’, 그리고 즉석에서 의견을 받아 토의하는 ‘기타토의’가 있다. 이 ‘안건토의’와 ‘기타토의’는 매 분기마다 분기회를 통해서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청년부의 중요한 사안들에 대하여 회원들이 직접적으로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하고,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사실 이까지만 알아도 정기총회를 지루한 회의가 아닌, 의미있는 시간으로서 보낼 수가 있다. 하지만 이 이상의 것이 있다.
사실, 지금 우리가 행하는 ‘총회’라는 형식과 방법은 엄밀하게 이야기해서는 성경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성경은 하나님을 절대성을 인정하는 ‘신본주의(神本主義)’이지만, 총회는 민주주의 제도가 뿌리를 두고 있는 ‘인본주의(人本主義)’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중요한 결정은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 사람들이 내리는 것이 바로 총회이다. 그러면 교회에서 ‘총회’는 하지 말아야 하는가? 그것은 아니다. 우리 대한예수교장로회에서도 1년에 한 번, 여러 교회와 노회에서 파송된 총대 목사님, 장로님들이 참여하여 총회를 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총회를 열되 세상에서 하는 것과는 차이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가장 큰 차이는 바로 ‘하나님의 절대성과 주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총회를 할 때는 사람들이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지 않다. 비록 사람들이 투표, 또는 표결이라는 방법을 사용하지만, 이것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결정하신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제비뽑기’라는 방법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사람을 세우셨다면, 지금은 ‘투표’라는 방법으로 하나님의 일꾼을 세우신다. 이러한 신본주의의 원리는 모든 회무순서에 적용된다. 사업보고와 계획은 지난 한 해 하나님께서 우리 공동체와 함께 하심을 감사하고, 또 다음 해를 하나님을 신뢰하며 그분의 손에 맡기는 시간이다. 회계보고는 지난 한 해 하나님께서 우리의 모든 필요를 채우심을 감사하고, 또 앞으로의 한 해의 필요를 주님께 맡기는 시간이다. 그리고, 안건토의와 기타토의는 공동체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을 발견하는 시간이며, 임원선출은 나의 마음에 합한 사람이 아닌,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사람’을 세우는 시간이다. 이것이 하나님의 백성의 모임으로서의 총회의 의미이다.
교회의 총회는 세상의 그것과는 확연히 달라야 한다. 신본주의와 인본주의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듯이 교회의 총회 역시 세상의 총회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어야 한다. 이것을 알고 우리가 총회에 참여할 때에 총회를 백배 감사하며 즐겁게 치룰 수 있다.
2004. 11. 13.
영등포교회 청년1부 <로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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