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1
사람들의 눈길이 부끄러워
밤에만 피어나는 당신은
보름달 머리에 이고 대문 들어서던
내 젊은 어머니
그리운 얼굴 같이
어둠이 어스름 짙어오는 이 밤
웃음을 머금은 수백 개의 달로
환하게 피어오릅니다
97. 3.
목련2
수년 전
당신의 화사한 은총 아래서
만났던 그 사람을
오늘 당신의
흔들림 속에서 보았습니다
옛 일기장을 넘겨보는 날
하이얀 당신의 웃음이
보드레한 당신의 속살이
내 마음 빨개지게 합니다
97. 3.
대학시절 도서관 앞의 하얀 목련이 얼마나 곱고 순결했는지, 공부하다가 잠시 바깥에 나와 그 앞에 설 때면 마음이 설레이곤 하였다. 못생긴 글이지만 오랜만에 이 시들을 읽으니 그 목련이 눈앞에 환히 피어나고, 마음도 설렘에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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