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는 갑갑한 도서관 대신, 바람도 쐴 겸 탁트인 야외에서 책을 읽으리라는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하지만 마리나에 바람이 너무 강해서 실패. 대신 산책로를 따라 좀 걸었다. 그간 비가 좀 와서 그런지 해변 옆 들판에는 풀이 많이 자라 있었다. 바람에 누웠다 일어나는 풀을 보는데 김수영의 <풀>이라는 시가 생각났다. 그리고 물결처럼 밀려 갔다가 다시 밀려오는 풀과 함께 수수한 아름다움이 눈과 마음 속으로 밀려들어왔다. 풀 같은 사람들 속에 바람 같은 성령이 함께하실 때처럼 거룩하다.
풀처럼 의연하게 살아야 하리라.
희망이 풀처럼 자라난다.
2014. 4. 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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