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손녀



할머니 가슴에 손을 얹은
손녀가 꾸벅꾸벅
영정 속 할머니는 손녀를
애처로이 바라본다

장례예배가 진행되는 동안
사진 속 할머니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몰래 눈물 훔치던 손녀를
다 보았다 할머니는

꽃같이 어여쁜 할머니를
할아버지 옆에 묻어 드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속
손녀의 무릎 베고 누운
할머니는 눈을 뜨고 있는데
손녀는 눈을 감고 꾸벅꾸벅

할머니를 만나는 걸까?

찬란한 사월의 햇살이
차창을 지나
손녀의 무릎 위
할머니를 비추고
지나가는 나뭇잎들은
빛을 머금고 산들산들

‘꽃같은 아이야
더 없이 푸르른 청춘을
아름답게 살거라’

2022 4.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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