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喜悲)의 교차



두 외아들이 나무를 지고 언덕을 오른다 

꼭대기에 도착하자, 늙은 아버지가 

장작 위에 묶인 어린 아들 향해 칼을 쳐든다

꼭대기에 도착하자, 아빠 아버지가

십자가에 박힌 젊은 아들에게서 얼굴 돌린다

그 때 어린 아들을 대신해 숫양이 덤풀에 걸리고

어린 양이 사람을 대신해 나무 위에 높이 달렸다


아들이 장작에서 내려 올 때 늙은 아버지

세상이 밝아졌다 땅이 흔들리도록 춤을 췄다

아들이 숨을 거둘 때 아빠 아버지 

눈앞이 깜깜해졌다 온 하늘이 새까매졌다

아들이 고개를 떨굴 때 아빠 아버지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온 땅이 흔들렸다


한 아버지가 기뻐하며 아들과 함께 산을 내려갈 때

한 아버지는 통곡하며 아들을 가슴 속에 파묻는다

오늘도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사거리에서

신의 속마음을 전혀 알 수 없는 한 아버지가

애통하며 아들을 불 속에 집어 넣는다


2014.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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