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상 12:13-18


사울을 왕으로 세운 후 사무엘 선지자가 하나님을 버리고 '인간 왕'을 요구한 백성들을 나무랐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우레와 비를 보내어 그들의 죄가 큼을 밝히 보여주셨다. 사울도 이 사건을 통해서 자신이 왕이된 것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 인간들의 불신에서 비롯된 것임을 분명히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사울은 침묵했다. 그는 백성들 앞에서 진정한 왕은 자신이 아니라 하나님임을 선포하며, 왕이 되기를 겸손히 거절하고 왕위를 다시 하나님께 돌려드릴 엄두를 전혀 내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자신을 왕으로 세우신 하나님께 순종하기 위해서 그랬을까? 아니면 왕이라는 명예와 권력을 놓치기 싫어서였을까? 


만약 사울이 하나님을 대신하여 왕이 되기를 원치 않았다고 해도 백성들이 다시 다른 왕을 요구했을지도 모르고, 사무엘이 사울에게 이미 기름 부음을 받았으니 이에 순종하라고 강권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만약 그가 이 순간에 침묵하지 않고 하나님만이 진정한 왕이심을 인정했다면, 그리고 그의 나라를 철저히 하나님의 주권 아래에 두고 자신을 하나님의 도구로만 삼았다면, 그의 비극적인 결말이 상당히 바뀌지는 않았을까? 다윗의 등장 이후 왕위를 잃을까봐 전전긍긍하였던 초라한 사울왕의 모습이  이제 막 왕위에 오른 젊은 사울의 침묵 속에 이미 보이는 듯하다. 무엇이든지 그 시작이 참 중요하다. 나는 정말 말해야 할 때에 침묵하고, 침묵해야 할 때에 필요 없이 말하지는 않는가?


2012.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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