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회 초대글

나에게로, 그분에게로 떠나는 여행

 

언제쯤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6년 전 어느 날 아침 나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냅다 뛰기 시작했다. 아침 강의 시간에 늦지 않으려면, 강의실까지 쉬지 않고 뛰어야만 했다. 가끔 뛰어 다니긴 하지만 그날은 특히 시간이 빡빡하였다. 숨이 목까지 차올랐고, 가방도 팔이 늘어날 것처럼 무거웠지만, 나는 땀을 흘리며 운동장 옆으로 길게 뻗은 길을 질주하고 있었다. 상상해보라. 이른 아침부터 무거운 가방을 들고, 얼굴이 빨개진 채로 휘청거리며 달려가고 있는 모습을... 그런데 그렇게 한참 뛰다가 갑자기 내가 지금 왜 이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출석부 내 이름 옆에 지각 표시를 하지 않기 위하여 헐레벌떡 뛰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나 한심한 것 같아 중간에 뛰기를 멈추고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렇게 뛰기를 멈추자 비로서 눈 앞의 건물 위로 파랗게 펼쳐져 있는 하늘과 평화롭게 떠있는 구름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 그렇다. 우리는 때로 너무나 분주하게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힘에 지나는 많은 일들을 하며, 과거 내가 무거운 가방을 메고 헐레벌떡 뛰었던 것처럼, 그리고 요즘도 종종 그러는 것처럼 우리는 너무 여유 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하늘을 바로 머리 위에 두고 살아가지만 하루 종일 하늘 한 번 제대로 쳐다보지 않고, 땅바닥을 쳐다보며 집으로 돌아갈 때가 많다.


이와 비슷하게 요즘 우리는 텔레비전과 인터넷 바다 속에서는 몇 시간이고 헤엄을 치며, 시간을 보내고, 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과 세상에 대한 정보를 모으며, 게임을 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는 거의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자신을 피상적으로 밖에 알지 못하며, 진정 자신이 누구인지 알기를 갈망한다. 이번 수련회에서 우리가 성격검사 프로그램을 통하여 자신을 조금이라도 알기를 시도하겠지만, 우리가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려면 우리 자신의 내면의 보다 깊은 곳으로 들어가서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한다.


이와 관련하여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 칼융은 인간의 내면을 여러 층으로 분석하여 무의식의 세계의 가장 깊은 곳에는 알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했는데, 그곳은 바로 하나님만이 알 수 있는 영역이며, 하나님이 거하는 곳이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우리는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고 의식의 세계와 무의식의 세계를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내면의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가 그곳에서 하나님을 만나야 한다. 이것은 곧 올해 청년부의 주제이자, 이번 수련회의 주제 말씀인 내 안에 거하라. 나도 너희 안에 거하라라는 주님의 말씀과 상통한다. , 우리가 하나님이 거하시는 내면의 깊은 곳으로 내려가서 그분과 만나게 될 때에만이 내가 주님 안에, 그리고 주님이 내 안에거하시는 온전한 연합과 일치를 이룰 수 있다. 이러한 창조주 하나님과의 온전한 하나됨이 우리로 하여금 진정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게 해준다.


수련회는 우리가 내면의 깊은 곳으로 내려가 하나님을 만나는 데에 아주 효과적인 시간이다. 성령님은 오랜 기도와 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수고로 준비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통해서 우리를 우리 자신의 내면 깊은 곳으로 안내하며 하나님께로 나아가게 인도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님은 이미 오래 전에 이곳 수련회에서 우리를 만나실 준비를 끝내시고 기대하며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다. 삶의 쳇바퀴 속에서 헐레벌떡 뛰던 발걸음을 잠시 멈출 때에야 푸르른 하늘을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가 일상의 여러 가지 일들을 잠시 내려놓고, 23일간의 겨울수련회 참여할 때 우리의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진정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다. 지금 당신을 초청하는 당신의 내면의 소리를 들으라. 그리고 그 본성에 반응하여 진정한 자아에로의 여행을 떠나라. 그것은 곧 하나님께로 가는 영적 여정이다.


2003년 1월 23일

영등포교회 청년1부 <로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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