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 속에 누워 - 너의 창조자를 기억하라

 

"이렇게 사람이 한 줌의 재로 변하는 것을 보면 인생이 참 허무한 것 같아요"

"그래도 이런 생각도 그 때 뿐이라니까. 또 동네에 들어가서 며칠 생활하다 보면 금방 잊어버려~."

 

지난 화요일 아침, 고 김진환 원로목사님의 시신 화장을 지켜보기 위하여 벽제 화장터에 함께 갔던 사람들 중 몇 분이 나눈 이야기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날 아침도 화장터에는 여섯 명이 함께 들 정도로 무거운 관이 줄이어 소각로로 들어갔다가 수십분 후에는 모두 어김없이 작은 상자 속의 재로 변해 한 사람의 손에 가볍게 들려 나오고 있었다. 오열하는 유족들의 통곡을 뒤에 이끌고 말이다.

 

그래서, 구약의 전도서에서는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치집에 가는 것보다 나으니 모든 사람의 결국이 이와 같이 됨이라 산 자가 이것에 유심하리로다'(7:2), '지혜자의 마음은 초상집에 있으되 우매자의 마음은 연락하는 집에 있느니라'(7:4)라고 가르치고 있나 보다.

때로 우리는 자기 자신을 관 속에 눕혀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언젠가는 나도 좁은 관 속으로 들어가 한 줌의 재로 변하게 될 텐데 그때 나는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그리고 사람들은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기억할 것인가?’ 관 속에 누운 것처럼 가만히 눈을 감고 조문 온 사람들이 뭐라고 말하는지 상상력을 동원해 귀를 기울여 보라. 그리고 죽음 후에 주님을 만났을 때 그분께서 나를 보시면 무엇이라 말씀하실지 가만히 귀기울여 보라.

 

고 김진환 원로목사님은 자유게시판에 올린 고석경 장로님의 추모사에도 잘 나타나듯이 분골쇄신하여 주님과 성도들을 섬기신, 참 아름다운 삶을 살다가신 분이시다. 그래서 그런지 목사님의 장례식에는 특히나 많은 분들이 참여해서 이별의 아픔으로 눈물을 흘리며 애도하였다. 그러나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까지의 삶은 주님과 이웃을 위하여 살았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부끄러움 삶이라는 결론 밖에 내릴 수가 없다. 이것은 결코 겸손이나 자기비하가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 우리에게 희망적인 것은 어느 유행가의 가사처럼 우리의 인생은 아직 미완성이라는 것이다. 아직 주님은 우리에게서 숨을 거두어 가시지 않고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을 주셨다는 것이다. 그때가 언제까지인지는 모르지만... 그래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전도서 기자의 교훈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너는 청년의 때 곧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 나는 아무 낙이 없다고 할 해가 가깝기 전에 너의 창조자를 기억하라”(전도서12:1)

 

이 말씀은 올해 우리 청년부 주제말씀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젊은 날 꼭 마음에 품어야할 말씀이기도 하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우리의 영혼을 만드신 아버지 하나님, 창조자 하나님을 기억하며 살아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창조하신 목적대로 우리의 인생이 이루어지기를 구하면서 살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의 창조주이시자 우리 인생의 설계자이신 주님과 더욱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살아야 함은 당연한 진리이다.

 

나를 포함한 사랑하는 우리 형제, 자매들이 오늘도 너무나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모두다 무엇을 심고 있는가? 혹시 뜨거운 불 속에서 한 줌의 재로 변할 것들을 위해 헛되이 애쓰고 수고하고 있지는 않은가? 또 다시 무언가를 심기 위해 허리를 굽히기 전에 잠깐 숨을 돌리며, 내가 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자. 그리하여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인해 트랙터로 밭을 뒤엎고 있는 농부처럼, 잘못된 씨와 생산물로 인해 애통해하며 인생의 밭을 뒤엎는 안타까운 농부가 되지 않도록 하자. 이를 위해 창조주 주님과의 보다 친밀한 관계를 갖기 위해 시간을 심자, 열정을 심자. 나의 삶을 향한 주님의 계획이 이루어지기를 갈망하며 성령을 위하여 심자! 더 늦기 전에...

 

자기의 육체를 위하여 심는 자는 육체로부터 썩어진 것을 거두고 성령을 위하여 심는 자는 성령으로부터 영생을 거두리라’(갈라디아서 6:8)


2002년 7월 21일

화평교회 청년부 주보 '이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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