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하 8장은 다윗이 주변의 나라들을 정복한 이야기들을 요약해서 기술하며, 이렇게 마무리하고 있다. "다윗이 어디로 가든지 여호와께서 이기게 하셨더라" (사무엘하 8:14). 이전에는 다윗의 계속되는 승리의 이야기를 내것인 마냥 즐겁게 읽었는데, 며칠 전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이전과 달리 마음이 불편했다. 전에는 주목하지 않았던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다윗이 또 모압을 쳐서 그들에게 땅에 엎드리게 하고 줄로 재어 그 두 줄 길이의 사람은 죽이고 한 줄 길이의 사람들은 살리니……." (2)
"…… 다윗이 아람 사람 이만 이천 명을 죽이고." (5)
"다윗이 소금 골짜기에서 에돔 사람 만 팔천 명을 쳐죽이고 ……" (13)
다윗의 승리와 기쁨은 주변 민족들에게는 패배와 고통이였다. 당시 주변 민족들이 하나님 앞에 커다란 죄를 지었던 점, 그리고 당시의 전쟁의 관습들을 고려한다고해도, 하나님께서도 다윗이 전쟁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즐거워하지 않으신 듯하다. 전쟁에서 피를 많이 흘린 다윗이 하나님의 성전을 짓는 것을 말리시지 않으셨는가! 어쩌면 하나님께서 다윗이 성전을 건축하고자 할 때 막으신 것은, 다윗의 손에 죽은 이들과 그들의 가족들과 그 후손들을 불쌍히 여기셔서 그러신 것은 아닐까? 오늘의 이스라엘 사람들이 주변의 팔레스타인인들을 대할 때 이 점을 기억한다면, 팔레스타인 땅에서 피흘리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을 텐데…….
물론 역사는 다윗의 편에서 기록되었고, 그래서 성경에는 다윗의 승리가 하나님께서 이기게 하신 것으로 해석되었다. 그러나 '다윗의 승리'가 '하나님의 승리'라고까지 과대 해석할 필요는 없는 듯 하다. 하나님은 악인의 죽음을 기뻐하시지 않는 분으시므로, 이방 사람들의 죽음은 하나님의 승리가 될 수 없다. 하나님의 승리는 타자를 죽임으로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을 살림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하나님 자신이, 그리스도께서 대신 죽으시지 않으셨는가? 그런데도 우리는 다른 사람의 희생을 담보로 얻은 자신의 성취를 '하나님의 뜻' 또는 '하나님의 승리'로 뻔뻔하게 미화하고 있지는 않는가? 오늘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타자들을 독설과 비난으로 '살인'하고 이를 자신들의 유희거리로 삼고있다. 이러한 현실에 '악한' 타자의 죽음을 당연시하고 즐거워하기까지 하는 우리 기독교의 잘못된 성경해석이 기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한다.
"나의 삶을 두고 맹세하노니 나는 악인이 죽는 것을 기뻐하지 아니하고 악인이 그의 길에서 돌이켜 떠나 사는 것을 기뻐하노라" (에스겔 33:11 일부)
2013. 3. 24. 사순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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