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정으로 너에게 말한다. 오늘 밤에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베드로는 힘주어서 말하였다. "내가 선생님과 함께 죽는 한이 있을지라도, 절대로 선생님을 모른다고 하지 않겠습니다." 나머지 모두도 그렇게 말하였다. (마가복음 14:30-31 / 새번역)


그러나 베드로는 저주하고 맹세하여 말하였다. "나는 당신들이 말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오." 그러자 곧 닭이 두 번째 울었다. 그래서 베드로는 예수께서 자기에게 "닭이 두 번 울기 전에, 네가 나를 세 번 모른다고 할 것이다." 하신 그 말씀이 생각나서, 엎드려서 울었다. (마가복음 14:71-72 / 새번역)


예수께서 그리스도이시며,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잘 알았던 베드로, 그는 또한 자기 자신을 잘 안다고 확신하였다. 자기는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주님을 배반하는 그런 '인간'은 아니라고 공포했다. 그러던 그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위기에 처한 주님을 멀찌감치 서서 '구경'하다가 너도 한패가 아니냐는 추궁에 자신은 그 사람을 모른다고 저주하고 맹세하며 공포하였다. 


베드로가 몰랐던 것은 예수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었다. 자신이 얼마나 연약하고 비겁한 존재인지, 자신이 얼마나 목숨에 집착하는 존재인지 말이다. 그런데 이런 베드로를 결코 비난할 수도 값싼 동정을 베풀 수도 없다. 그것은 나 때문이다. 나는 나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나는 시간과 환경만 허락되면, 출생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나에 대한 수많은 정보들로 가득찬 책을 몇 권이라도 쓸 수 있다. 그런데 나는 나에 대한 방대한 정보가 아니라, 나를 아는가? 나의 약점과 흠들을 명백히 알고 있는가? 내 존재에 심겨진 하나님의 세밀하신 뜻을 아는가? 나의 존재와 하나님 안에서 근원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이웃들을 아는가? 날마다 날마다 나를 더 알아가는 것, 그것은 하나님을 알아가고, 이웃들을 알아가는 끝없는 여행이다. 


2013.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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