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죽음



또 하나의 태양이 죽음을 맞는다

짙은 구름 속으로 서서히 사라지는 

그의 마지막 순간은 장엄하고 아름답다


지난 하루를 어떻게 살았든지 간에

맑고 푸른 하늘에서 

찬란한 젊은 날을 보냈든지

흐린 구름 사이에서 

겨우 밥벌이를 하고 지냈든지

아예 비바람 속에서 

서럽게 풍화되었든지 간에

생의 마지막이라는 그 하나의 이유로

그의 일몰은 한껏 뜨겁게 달아 올랐다


슬픔과 기쁨과 설움과 행복이 

그리고 기억과 망각이

모두 한 덩어리로 어우러져 

붉게 불타오른다

가시떨기에 붙은 불처럼 

거룩하고 경이롭게


조각구름들이 장례 행렬을 이루고

기차의 기적이 조가를 부르며

바닷바람이 비문을 새길 때

삶과 죽음이 만나 

뜨겁게 끌어안는 수평선에서

한 줄기 눈물과 함께 

그가 마지막 숨을 내쉰다

나의 태양인 아버지

너의 태양인 어머니

그들이 그렇게 

황혼에 물들었다



2014.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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