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처럼 아름다운



단풍이 아름다운 줄 아느냐

어둠 속에 있으면 향기도 없이

한낱 죽어가는 이파리일 뿐

잎맥 속을 돌돌 흐르고

잎살을 통과해 나오는 햇살이 있어야

가을 하늘 아래 붉은 별처럼 

눈부시게 반짝이나니


인생이 초라한 줄 아느냐

언젠가 어두운 관 속에 들어가면

악취와 함께 부패해갈 한낱 육체이나

혈관 속을 흐르는 붉은 사랑이

삶의 골목 구석 구석을 적시고

세상의 눈물을 머금은 

가을 아침 햇볕과 만나면

바람의 발걸음을 붙잡는 단풍처럼 

아름다운 시가 되나니


2014.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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