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락교회 「만남」 569호(2021년 7월)에 게재한 글을 옮겨놓는다. "안식으로의 초대"라는 제목으로 송고하였는데, 잡지를 받아서 보니 "쉼으로의 초대"로 제목이 바뀌었다. 문체도 경어제로 바뀌어져 있다. 


안식으로의 초대

마르바 던의 『안식』 (IVP, 2020)

 

 

여름, 쉼과 휴식의 계절이 돌아왔다. 날마다 일터에 매여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직장인들은 물론, 고된 학업에 매여 몸과 마음이 지친 학생들에게, 또 그들의 가족들에게 여름은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한두 달 동안의 쉼을 통해 회복을 누릴 수 있는 천금과 같은 시간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로 7, 8월에 휴가를 떠나다 보니, 휴가를 잘 보내기 위해서는 미리 계획을 세워 숙소와 교통편 등을 준비해 두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이 아니다. 정말 잘 쉬기 위해서는 ‘쉼’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공부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래서 휴가를 준비하며, 또는 휴가나 방학 동안 읽을 만한 쉼에 대한 책을 한 권 소개하고자 한다. 마르바 던(Marva J. Dawn)이 쓴 『안식』이다.

이 책은 1989년에 미국 어드만(Eerdmans) 출판사에서 Keeping the Sabbath Wholly(안식일을 온전하게 지키기)라는 제목으로 처음 출판되었고, 한국에서는 2001년에 IVP를 통해서 번역 출간되었다. 지금은 국내 서점에서도 안식과 관련한 책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지만, 이 책이 처음에 한국에 소개되던 20년 전만 해도 이러한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은 거의 없었다. 당시 서점 매대에서 이 책을 처음 발견하고 받았던 신선한 충격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런데 이처럼 오래된 책을 다시 소개하게 된 계기가 몇 가지가 있다. 먼저 스테디셀러로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아온 이 책이 작년 8월에 새로운 디자인과 판형으로 재조판되어 출간되었고, 또 이 책의 저자인 마르바 던이 최근인 지난 4월 18일에 별세했기 때문이다. 마르바 던은 국제적으로 많이 알려진 신학자이자 작가다. 국내에도 『안식』을 필두로 그녀의 책이 여러 권 번역되어 나왔다. 던은 캐나다 밴쿠버에 위치한 리젠트 신학교(Regent College)에서 영성신학을 가르쳤고, 수많은 책을 저술했으며, 전세계 곳곳에서 강연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경력 외에도 그녀를 특별하게 만드는 점은 마르바 던은 평생 장애와 각종 질병을 안고 산 연약한 여성이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바로 ‘안식일 지키기’였음이 분명하다.

『안식』에는 영성훈련으로서의 ‘안식일 지키기’에 대한 현대적인 통찰이 담긴 이론만이 아니라 작가 자신의 실제적인 경험이 담겨져 있다. 개신교인인 던은 유대인들의 전통에서 배운 안식일 지키기를 자신의 전통과 상황 속에서 어떻게 실천해왔는지를 구체적으로 나누고, 독자들에게도 각자가 자신의 환경과 상황에 맞게 실천하라고 부드럽게 그러나 자신감 있게 권면한다. 

그러나 저자는 안식일 지키기에 대해서 결코 율법주의적으로 접근하지는 않는다. 그것이 유대인들처럼 토요일이든, 그리스도인들처럼 주일이든, 또는 직업적 특수성 때문에 주중의 하루이든 간에 일주일 중 하루를 거룩하게 구별하여 안식일로 온전히 지키기를 초대한다. 그녀에 따르면 ‘엿새 일하고 하루 쉬기’는 하나님께서 몸소 실천하시고, 또 우리 내면 깊이 새겨 놓으신 리듬이다. 그 리듬을 따라 살면 하나님과의 사귐이 더욱 깊어질 것이며, “우리가 안식일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우리를 지키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 “그침”, “쉼”, “받아들임”, “향연”이라는 제목이 붙여져 있다. 이것들은 모두 안식일 지키기의 네 측면, 또는 안식일을 지킴으로써 얻을 수 있는 네 묶음의 열매들이라고 할 수 있다. 각각의 부는 모두 일곱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하루에 한 장씩 읽으면, 일주일에 한 부, 그리고 한 달에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다. 물론 며칠 만에도 독파할 수 있겠지만, 규칙적으로 천천히 읽는 것은 이 책에 담긴 내용을 머리로만이 아니라 몸으로 습득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혼자 읽기보다 가족이나 소그룹이 함께 읽고 매 주일마다 나눈다면 안식일 지키기를 통해서 가족과 공동체가 하나로 묶여지고, 나눔을 통해서 그 유익이 더욱 풍성해 질 것이다. 비록 이 책은 휴가나 방학에 대한 책은 아니지만, 매주의 안식일을 온전히 지킨다면 손꼽아 기다리는 여름휴가나 방학을 훨씬 더 유익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