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를 마친 후 시간강사로 한두 학교를 돌아다니며 강의를 하는 것이 하는 일의 거의 전부인 때가 있었다. 하지만 풀 타임 목회자로 너무나 바쁘게 살면서, 학교 강의는 꼭 가고 싶지 않은 엑스트라 사역이 되었다. 아는 교수님들의 요청이 오면, 매정하게 거절하기가 어려워, 공부한 사람의 의무라 생각하고 한 학기에 한 과목 정도 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 학기는 특히 새로운 과목을 맡았으나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 학생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끊임 없이 이어지는 교회 사역들 속에서, 의무감으로 한 주 한 주 겨우 수업 시간을 채우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 학생께서 보내주신 사진을 보니 한 사내가 즐거운 얼굴로 앉아 있다. 내가 알지 못하던 나를 사진을 통해서 본다. 어느 순간에 이 모습이 찍혔는지 모르지만, 아마도 토머스 머튼의 글을 읽고 있을 때였던 것 같다. 학생분들께도 이 수업이 즐거운지, 아니면 괴로운지 잘 모르겠지만, 아마 후자일 가능성이 높겠지만, 남은 수업들은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좀 더 힘을 내어 보자.
2023. 4. 20.
감신대 박사원, "위대한 영성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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