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13. 수.
 
연일 발생한 올해 스물여섯 번째 장례와, 스물일곱 번째 장례를 마치고 교구 상례부 권사님들과 함께 책방을 겸한 까페에 가서 여유롭게 책을 뒤적이고 있는데, 스물여덟 번째 장례가 났다는 연락이 왔다. 그래서 그 다음날 입관을 가는데, 이어서 스물아홉 번째 장례 소식이 들려왔다. 교구목사의 기도가 부족하여 올해 성도들을 많이 잃었다. 이번 주 토요일에는 교구 성탄의 밤이 예정되어 있는데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그 땅에도 연일 수많은 사상자들이 나오고 있으니 이번 성탄은 기뻐할 수만은 없지 않겠는가?
 
 
2023. 12. 18. 월.
 
지난 토요일, 남양주에서 새벽 일찍 발인하여 눈길을 달려 춘천안식원으로 갔다. 그곳에서 화장을 마치고 다시 남양주 영락동산으로 가서 고인을 모셔드렸다. 그렇게 올해 스물아홉 번째 장례를 마치고, 곧바로 교구 성탄의 밤을 위해 교회로 갔다가, 행사가 끝난 뒤 밤에는 다시 서른 번째 장례를 위해 장례식장으로 갔다. 그리고 오늘, 월요일 새벽 일찍 발인함으로써 지난 열흘 동안의 연속된 다섯 분의 장례를 모두 마쳤다.
 
그동안 교구 상례부원들과 조가대원들께서 정말 고생이 많으셨다. 함께 하는 교구 전도사님(김OO 목사님)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김OO 목사님이 어제 임기를 마치고 사임을 하여서, 마지막 장례는 혼자 갔다. 고인이 등록교인이 아니셔서 이번에는 상례부와 조가대에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그래도 김 목사님이 장례순서지는 준비해 주었다.
 
그는 마지막 주일인 어제 1-5부 예배 시간마다 사임 인사를 하면서도 남은 일들을 마무리하느라 한파가 몰아치는 날씨에도 이마에 땀을 흘리며 수고하였다. 하루가 끝나고 종례 후에 김OO 목사님이 준비한 장례순서지를 내밀며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 마음이 울컥하였다. 순서지가 잘 접혀져서 담겨있는 봉투가 마치 작별 선물처럼 느껴졌다. 순서지 1면 교구목사 이름 옆에 그의 이름이 항상 있었는데 비워져 있는 것을 보니 그가 이제 내 옆에 없다는 것이 실감되었다. 그는 지난 일 년 동안 함께 교구를 섬기면서 내가 맡기는 일을 한 번도 불평하지 않고 성실히 잘 해내었다. 그는 이제 교구전도사의 자리가 어울리지 않는 의엿한 목사님이 되었다. 아마도 당분간은 그가 많이 그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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