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부산의 한 여중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수배 중이던 김길태 씨가 시민들의 도움으로 경찰에 체포되었다고 한다.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슬프게 하고, 분노하게 하던 사람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은 기쁘면서도, 한편으로 김길태 씨의 인생을 생각하니 마음이 매우 씁쓸하다.

  

최근 몇년 동안 어린아이와 학생들을 대상으로한 성범죄 사건으로 정부에서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등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성범죄 전과자를 소홀하게 다루는 제도의 허술함을 지적하고 있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하지만, 이미 범행을 지른 성범죄자들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애초에 그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성범죄자가 생기지 않도록 사회의 정신적, 영적, 도덕적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번 사건의 피의자는 어릴 때 한 교회 앞에 버려진 후 입양되었고, 길에서 태어났다는 의미로 '길태'라고 이름지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자신이 버려졌던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에 크게 비뚤어졌다고 한다. 이것은 단순히 그를 버렸던 생부와 생모, 또는 그와 직접적으로 관계를 가지고 살았던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책임을 돌릴 이야기만이 아니다. (그 숨겨진 사정을 모르고서 누가 쉽게 비판하거나 칭찬할 수 있겠는가?) 보다 크게 그와 같은 성범죄자들을 '양산'하고 있는 우리 사회 (내가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사회)의 책임으로 간주해야 한다.

 

고귀한 생명, 또는 여성의 육체를 자신의 성적욕망을 해소하는 수단으로만 보게하고 (여기에 대중문화의 역할도 크다), 여러가지 욕망, 불안, 분노, 원한, 스트레스 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구조가 지속되는 한 또 다른 성범죄자들은 계속 양산 될 것이며, 갈수록 전자발찌를 차고 다녀야하는 '범죄자,' '사회부적응자,' '정신이상자'들은 늘어 날 것이다.

 

교회의 사역의 대상, 섬김의 대상에는 이론적으로 이런 이들까지 포함된다. 하지만, 나의 짧은 경험으로는 실제로 기존 교회에서는 '정상적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열심히 사역하지만, 소수의 '비정상적인 사람'들은 역시 여러 가지 이유와 한계들로 돌봄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사실 경제 발전보다도 더 우선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우리 사회의 숙제가 아닐까?


2010년 3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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