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년의 사랑


 

엄마가 이혼을 한 후 십대인 딸은 점점 반항아가 되어갔습니다.

"대체 몇 신데....."

엄마는 밤마다 대문 밖에서 딸을 기다렸습니다.

밤 늦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는 날이 부지기수였고 툭하면 사고를 쳐서 엄마의 애간장을 태우는 딸, 엄마의 주름은 늘어만 가고 딸이 빠진 수렁은 깊어만 갔습니다.

 

"제발 상관 마. 내가 어떻게 살든!"

딸은 엄마의 잔소리가 듣기 싫었습니다. 멋대로 살 테니 이제 제발 포기하라며 자꾸만 거칠고 모나게 뒤틀려 갔습니다.

 

"가족? 흥 그게 뭐야. 다 필요 없다구."

툭 하면 제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기 일쑤였습니다.

"승희야 제발... 문 좀 열어 봐."

 

그 딸이 열여덟 살이 되던 생일날이었습니다. 새벽같이 나간 딸은 한밤중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딸아이의 어릴 적 사진을 보며 눈시울을 적시는 엄마는 시간을 되돌려 놓고만 싶었습니다.

 

그날 밤 엄마는 딸아이를 위해 선물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편지를 써 내려갔습니다.

그날도 12시가 다 되어서야 돌아온 딸은 책상 위에 놓인 선물 상자를 발견했습니다.

상자에는 편지와 함께 작은 돌멩이 하나가 들어 있었습니다.

"이게 뭐야!"

또 뻔한 잔소리려니 하고 심드렁하게 편지를 읽던 딸의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이 돌의 나이는 20억 년이란다. 내가 널 포기하려면 아마 그 만큼의 시간이 걸리겠지..."

 

딸은 비로소 엄마의 사랑이 얼마나 크고 깊고 두터운지 깨달았습니다.

딸은 곤히 잠든 엄마의 머리맡에 앉아 조용히 속삭였습니다.

 

"20억년은 너무 길다. 그러니까 엄마... 나 포기하지 마."

 

딸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습니다.

딸은 그날 밤, 긴 방황을 끝내고 엄마 품에 얼굴을 묻었습니다.

 




 

TV동화 행복한 세상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승희는 가슴에 아주 깊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 아이였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가정이 깨어진 경험은, 승희의 마음에 원망과 상처를 가득 채워, 승희로 하여금 가족을 거부하고 그 울타리를 벗어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러한 승희의 반응은 반대로 승희가 얼마나 부모님의, 그리고 가족의 사랑을 원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상처를 치유한 것은 결국 엄마의 포기하지 않는 20억 년의 사랑이었다.

 

'20억 년의 사랑!'

집에 계신 부모님을 생각해 볼 때, 우리는 이 이야기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지금도 아파하시며, 포기하지 않고 지켜보시는 우리 주님을 생각해 볼 때, 주님의 사랑은 지금으로부터 20억년 이전에도 있었고, 20억년 이후에도 지속될 사랑임을 깨달을 수 있다.

아니, 주님의 사랑은 나를 영원 전부터 영원까지 포기하지 않으시는 사랑이다.

 

위의 이야기는 'happy endding'으로 끝난다. 아마도 승희의 엄마는 돌아온 딸로 인해 기쁨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며, 두 사람은 서로 끌어 안고 펑펑 울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 날 밤은 승희와 엄마가 같은 방에서 손을 꼬옥 잡고 잠을 잤을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주님께로 돌아가면 주님은 기뻐하시며, 자제력을 잃고(?) 노래하며, 덩실덩실 춤을 추실 것이다.

주님께 돌아가자!

20억년의 사랑, 영원한 그 사랑에 마음을 열자, 우리는 그 사랑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존재가 아니던가?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와 같이 죄인 하나가 회개하면 하늘에서는 회개할 것 없는 의인 아흔 아홉을 인하여 기뻐하는 것보다 더하리라(누가복음 157)


2002. 11. 4.

화평교회 청년부 주보 '이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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