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하나님께서 자기를 드러내지 않으신 것은 아닙니다. 곧 하늘에서 비를 내려 주시고, 철을 따라 열매를 맺게 하시고, 먹을거리를 주셔서, 여러분의 마음을 기쁨으로 가득 채워 주셨습니다. (사도행전 14장 17절 / 새번역)


메마른 대지에 비가 내린다. 시절을 따라 적절하게 비가 오고, 그 비가 곡식과 나무의 열매를 풍성하게 맺게 할 때에는, 비란 그저 '자연적인 현상'이라고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막상 가물어 땅이 메마르고, 인간의 어떤 지식과 과학으로도 비를 내리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 우리는 비란 단순히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신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비인격적인 '자연 법칙'이 온 우주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인격적인 '신'이 비와 각종 자연 현상을 주관한다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래서 극심한 가뭄이 있는 곳에는 '현학적인' 무신론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그리고 호렙산에서의 엘리야와 바알, 아세라 선지자들과의 대결이 보여 주듯이, 비는 참 신과 거짓 신이 누구인지를 가려 준다(열왕기상 18장). 


그래서 바울 사도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이 전파되기 이전에도 하나님께서는 비와 땅의 열매를 통해서 당신을 나타내셨다고 말한다. 비는 하나님의 자기 증거(self-revelation)이다. 오늘도 하나님은 비를 통해 당신 자신을 우리 삶에 현시하신다. 창 밖에 내리는 비를 보며, 내 삶에 생명을 주시고, 내 마음에 기쁨을 주시는 주님을 생각한다. 암울하고 힘겨운 날들이지만 비가 내리고 있다. 주님이 빗소리를 통해 당신의 사랑을 들려 주고 계신다.


2014. 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