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감옥에서 나와서 루디아의 집으로 갔다. 그리고 거기서 신도들을 만나 그들을 격려하고 떠났다. (사도행전 16:40 / 새번역)


빌립보의 감옥에서 풀려난 바울과 실라는 루디아의 집으로 가서 그곳에 모인 형제, 자매들을 격려하였다. 그런데 이때 바울과 실라는 심한 매를 맞고 감옥에 갇혔다가 풀려난 직후였다. 정작 위로가 필요한 이들은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성도들이 아니라 죽을 고생을 한 바울과 실라였지 않았을까? 비록 몸 고생을 한 것은 바울과 실라였지만, 마음 고생을 한 것은 그들의 생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던 루디아와 신도들이었을 것이다. 정작 바울과 실라는 감옥 속에서도 찬양하지 않았는가?(행20:25) 극심한 고생과 고난 중에서도 자신의 고통보다 다른 이들의 고통을 먼저 돌보고 위로하는 바울과 실라, 참 멋있다. 물론 이들이 전 날 밤 간수의 집에서 대접받기도 하고, 로마 사람이라는 신분 때문에 관리들의 배웅(?)을 받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그들이 감옥에서 많은 고생을 하고 몸이 상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바울과 실라는 자신들을 후원해 줄 수 있는 루디아와 신도들에게 엄살(?)을 떨거나 위로와 동정을 구걸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이들의 마음의 고통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격려하였다. 이들이 바로 헨리 나우웬의 책에 나오는 "상처입은 치유자"들일 것이다. 프란치스크의 〈평화의 기도〉로 알려진 글에서처럼 위로받기보다 위로하는 "평화의 도구들"이다. 이들의 삶에는 "제 코가 석 자다." 이런 속담(요즘 가끔 내가 사용하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2014.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