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 오랜만에 블라인드를 올리고 창가에 앉았다. 어젯밤, 거센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그렇게 시리게 들렸는데, 플라타너스는 용케 마른 나뭇잎들을 지켜냈다. 그런 나무의 인내와 용기를 비스듬한 오후의 햇볕이 따뜻하게 위로한다. 햇볕이 깊숙이 배어든 누런 잎들은 노란 리본처럼 반짝인다. 언젠가는 잎들이 모두 떨어지겠지만, 내년 이맘때가 되면 나무와 햇볕은 또 노란 리본을 매달겠지. 곧 성탄 트리를 만들 때가 다가 오는데, 올해는 나무에 노란 리본을 달면 어떨까?


2014. 11. 1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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