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파리와 나



맑은 공기 들이려고 창문 하나 열었는데

눈치 없는 파리 한 마리 쏘옥 들어온다

찝찝한 액체로 손을 더럽히기 싫어

창문을 모두 열고 의자에 앉아

불청객이 나가기를 기다리는데

알고 그러는지 모르고 그러는지 파리는

내 눈앞만 골라 어지럽게 날아다닌다


성가신 녀석을 외면하려고

아예 눈을 감고 묵상에 잠기는데

방금 읽은 성경구절은 금새 날아가고

웬 똥파리 한 마리가 날아들어와

마음속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닌다

똥을 사랑하는 파리가 이렇게 꼬이는 것은

분명히 내 속에 퍼질러 놓은 똥이 있어

쓰레기 처리장처럼 역겨운 

냄새를 풍기기 때문일 게다


2014.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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