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제 감독, 윤계상·유해진·김옥빈 주연의 〈소수의견〉(2013)이라는 영화는 손아람이 쓴 같은 제목의 소설을 영화한 것으로, 부패한 공권력과 자본의 힘에 대항하는 힘없는 철거민과 그를 돕는 변호사·기자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이 영화는 국가의 권력에 희생당하는 약자를 변호하는 법정 영화라는 점에서, 그리고 2009년 발생한 용산참사라는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모델로 삼은 〈변호인〉(2013)과 비슷한 면이 있다. 그러나 그 결말에 있어서는 〈변호인〉만큼 거대한 감동을 주는 영화는 아니다. (어쩌면 '감동이 약하다'는 점이 현재 이 영화가 많은 관객들로부터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에서 의미보다는 재미나 감동 또는 카타르시스를 얻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수의견〉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영화다. 가슴을 울리는 감동을 주기 위해서 현실을 드라마틱하고 낭만적으로 왜곡하기보다는, 부조리한 현실을 폭로하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냉정한 묘사를 선택했다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영화 개봉 후 나온 인터뷰 기사들을 보면 김성제 감독은 배우들에게 '감정의 절제'를 요구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변호인〉이 감동을 위해 현실을 왜곡했다거나, 〈소수의견〉이 별로 흥미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영화 촬영 후 2년 만에 개봉했다고 하는데, 요즘 '호국(護國)'이라는 정치적 이슈를 타고 흥행하고 있는 〈연평해전〉에 밀려 흥행이 저조한 것이 매우 아쉽다. 개인적으로 배우 윤계상을 좋아하는데, 이전에도 〈로드 넘버원〉(2010)이라는 드라마에서 좋은 연기를 펼치고도 저조한 시청률로 주목을 받지 못한 적이 있어 안타까움이 더하다.

    그런데 "소수의견"이라는 제목은 중의적(重義的)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영화 속에서 검사가 증인에게 거짓 자백을 강요한 것이 폭로되어,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들 전원이 고소된 철거민 박재호가 정당방위를 행사했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판결권을 가지고 있는 '소수의' 재판관들에 의해 철거민은 과실치사죄로 유죄를 선고 받는다. 한편으로는 '어리석거나 탐욕스러운 다수의 폭력'이 존재하는 이 사회에서 가장 힘이 없는 약자인 철거민과 그를 변호하는 이들의 의견이 영화에서 말하는 '소수의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권력을 가진 소수'의 의견이 진실과 정의를 왜곡하는 현실을 영화가 비꼬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는 소수의 의견이 진실을 판단하는 사회에 대한 이의 제기가 아닐까? 최근 로스쿨 제도와 사법시험 폐지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이제는 상당한 경제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법조인이 되기가 더욱 힘들어 졌다는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 사회에서 경제력과 권력을 가진 소수가 진실을 판단하고 왜곡하는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소수의견〉의 윤진원, 장대석, 그리고 〈변호인〉의 송우석 같은 변호사는 영화에만 존재하는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2015. 6. 29.

영화 〈소수의견〉의 한 장면.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movie.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