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교회



봄같이 따스한 성탄 아침 

해보다 밝은 그리움의 별을 

끈질기게 따라 가다 보면

바람 속에 나타나는 

고요한 변두리

나지막한 다윗의 동네


골목 어귀 오래된 상가

언제나 그늘진 입구 앞에는

아직도 산타를 믿는 토끼가

산타가 두고간 선물이 있을까

동그란 눈으로 두리번두리번


폴짝폴짝 뛰어가는 토끼를 따라 

좁고 외로운 계단을 지나

습하고 어둔 지하로 내려가면

어수선해도 인정 많은 

조그마한 마굿간


손가락으로 다 셀 수 있는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이

천사처럼 모여 앉아

반주기의 힘찬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부르는 노래

기쁘다 구주 오셨네


제 코가 석 자인 사람들이

세상의 평화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더니

팥죽 한 그릇 나눠 먹고

헤헤 웃으며 헤어지는

변두리 교회 

빛나는 성탄 아침 


예수가 하나 둘 

태어났네


2015.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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