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교회 청년1부 <로고스>
2004년 7월 24일
빗 속에서 주의 말씀을 듣다
매년 맞는 장마이지만, 요즘 따라 비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뉴스와 인터넷은 쉴 새 없이 요란한 소식들과 대안 없는 비난, 그리고 자기 잘 난 맛에 취해 있는 궤변을 쏟아 내지만, 빗방울은 이러한 복잡한 일들에 흔들리지 않는 듯, 오직 바닥을 향해 곧게 떨어진다. 자기 길을 간다. 그래서 빗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어느덧 복잡한 내 마음도 흙먼지가 가라앉은 운동장처럼 차분해 진다.
얼마 전, 소망마을 리더들이 우리 집에 왔을 때 그 중 누군가가 의정부북부역 임시역사를 보고는 “전도사님, 여긴 정말 시골 같아요”라고 말했다. ^^ 그런데 며칠 전 그 허름한 임시역사에서 바라본 비 오는 풍경은 내게 생애 처음으로 비가 아름답다는 것은 느끼게 해 주었다. (물론 비로 인해 생명과 재산을 잃는 안타까운 일도 많지만)
또한, 지난 주 정말 오랜만에 비오는 날 까페 창 옆에 앉아 이상호 목사님과 함께 차를 마시던 시간은 나로 하여금 잠시 바쁜 걸음으로 뛰어 다니던 일상의 숲 속에서 나와 숲 전체를 바라보는 여유를 누리게 해 주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도 교육전도사실 창문 너머로 쏟아지는 빗소리가 내가 살아 있음을 알려 주고 있다.
이러한 내게 주님은 오늘 아침묵상을 통해서 비와 관련된 중요한 진리를 일깨워 주셨다.
이는 비와 눈이 하늘로부터 내려서 그리로 되돌아가지 아니하고 땅을 적셔서 소출이 나게 하며 싹이 나게 하여 파종하는 자에게는 종자를 주며 먹는 자에게는 양식을 줌과 같이 내 입에서 나가는 말도 이와 같이 헛되이 내게로 되돌아오지 아니하고 나의 기뻐하는 뜻을 이루며 내가 보낸 일에 형통하리라(이사야 55장 10-11절)
비와 눈은 일단 땅으로 향하면, 그냥 거꾸로 올라가는 법이 없다. 이 비가 다시 수증기로 대기 중에 올라가기까지 이 비는 땅을 적셔서 식물로 하여금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며, 또 식수를 이루어 사람과 동물들의 갈증을 해소 시켜 준다. 이렇게 이 땅에서 사명을 다하고 난 뒤에야 다시 수증기로 올라간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 비와 같이 하나님의 말씀도 마찬가지라고 깨우쳐 주신다. 하나님의 말씀도 일단 하나님의 입에서 나가게 되면 헛되이 다시 돌아가지 않고, 반드시 하나님의 기뻐하시는 일을 이루신다는 말씀이다. 하나님께서 빈 말, 헛된 말을 하시지 않는 분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나에 대해서도 그렇다는 것을 얼마나 실감하고 있을까?
아브라함에게 “아들을 주겠고, 그 자손을 하늘의 뭇별과 같이 하겠다”고 하신 하나님을 말씀을 폐경기가 훨씬 지난 98세의 사라는 웃으며 실없는 소리로 받아 들였지만, 그 말씀은 결코 헛되지 않고 이루어졌음을 우리는 성경과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내게 하신 언약의 말씀은 당연히 이루어지고 남음이 있지 않겠는가? 나의 하나님은 내가 고백하는 바처럼 신실하시고, 전능하신 주님이시다!
과거에 하나님께서 내게 하신 말씀이 현재도 유효한가? 내 삶의 중요한 고비고비마다 내게 주셨던 그 말씀들, 내가 처음으로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하던 그 순간에 다정하게 들려주셨던 그 말씀, 내가 나의 길을 찾아 나섰다가 좌절하고 다시 주님께 돌아 왔을 때에 내 마음에 분명히 들려 주셨던 그 음성, 그 말씀들이 지금 모두 어디로 갔는가?
쏟아지는 비를 통해, 길바닥과 창문과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통해 주님은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조차 정확히 기억하고 있지 못한 나에게 가물가물하던 주의 말씀들을 하나하나 깨우쳐 주신다. 불신과 무관심으로 굳어지고 갈라진 나의 마음을 하나님의 은혜로 적시며 나의 영혼을 깨우신다.
그래서 이제 비를 보며, 하나님의 약속을 다시 생각한다.
빗소리를 들으며 세밀한 주의 음성에 귀를 귀울인다.
빗속을 걸으며, 하나님은 그 말씀하신 바를 반드시 이루실 것임을 믿고 소망한다.
'바람소리 > 목회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억에서 소망으로 (0) | 2004.08.21 |
---|---|
2004년 제주선교 답사 그 이전과 이후 (0) | 2004.06.05 |
기준 (0) | 2004.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