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낙엽은 오지랖이 참 넓기도 하지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연인들이 몰래 입맞추는 공원 벤치 위에도

부부 사이가 서먹서먹한 남의집 앞마당에도

배우자를 보내고 쓸쓸히 나서는 장례식장 입구에도


낙옆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슬며시 끼어든다.

도르르 도르르


해맑게 웃다가도 금새 눈물 콧물 짜내는 아이들의 놀이터에도

자동차들이 서로를 비집고 달리는 도로에도

아버지께서 세월을 낚는 공원의 장기판 위에도 


낙엽은 눈치 없는 이웃처럼 참견한다.

사각사각


아무도 알아 채지 못해도

낙엽은 바람을 타고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인생을 말한다.

그네들을 동정한다.



2012.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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