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을 괸 남자

-마태복음 17장 27절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길거리에

한 남자가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앉았다

쭈글쭈글한 손으로 턱을 괴고 있으니

얼굴의 주름살이 더욱 깊어진다

행인들의 동정을 바라고 놓아둔 컵은

무관심 속에 비어 있다

근심이 가득한 눈으로 컵을 응시하며

생각에 빠져 있는 그가

낯설지 않다


동전을 기대하며 

턱을 괴고 복음서를 읽는 나

값싼 위로가 던져지기보다 

값비싼 비움이 채워진다


"네가 바다로 가서 낚시를 던져라"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남자


2013. 3. 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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