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9. 화.


난 친구가 그리 많지 않다.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친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도 나와 친해지려고 내게 다가왔다가도 깐깐한 나의 성격에 뒷걸음질을 친 이들이 여러 명 있었을 지도 모른다. 내가 정말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친구가 적은 것은, 내가 그런 사람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요 며칠 사이에는 내가 다른 이들을 나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그 기준에 따라 각각의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럴까? 내가 다른 이들보다 스스로 '고고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믿고 의지하는 사람들로부터 배신(?) 당하는 것 또는 실망하는 것을 두려워해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별로 관심이 없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아까워해서 그런 것일까? 시간을 두고 나를 돌아보아야겠다. 


그런데 친구 중에 거리 조절이 불가능한 한 사람이 있다. 요즘 거의 하루 종일 붙어서 지내는 사람. 어느 새 내 곁으로 성큼성큼 다가와 내 팔짱을 끼고 걷는 자매. 아예 내 마음 속에 들어 앉은 여인. 그래서 내가 울지 못하는 오늘, 나 대신 눈물을 흘려주는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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