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엽서에서 보고는 잊고 있던 "철마(鐵馬)"를 직접 눈으로 보았다. 녹슬어 뼈대마저 무너진 가련한 시체. 서울에서 약 한 시간 반 거리, 분단의 상징은 멀리 있지 않았다. 분단은 우리가 잊고 있는 순간에도 엄연히 실존하는 실재(reality)다.

아니, 분단은 허구(illusion)다. 실제로는 하나인 한민족을 둘로 나누는 허상과 거짓일 뿐이다. 남한과 북한의 사람들이 그 허상을 깨닫고, 그 가림막을 직접 벗겨낼 때 에스겔의 환상처럼 녹슨 뼈에 근육과 살이 붙어 철마는 다시 달리게 될 것이다.

"주 여호와께서 이 뼈들에게 이같이 말씀하시기를 내가 생기를 너희에게 들어가게 하리니 너희가 살아나리라. 너희 위에 힘줄을 두고 살을 입히고 가죽으로 덮고 너희 속에 생기를 넣으리니 너희가 살아나리라 또 내가 여호와인 줄 너희가 알리라. … 생기야 사방에서부터 와서 이 죽음을 당한 자에게 불어서 살아나게 하라" (에스겔37:5-9)

2018. 5. 31. @ DMZ, 철원 월정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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