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교회 4부예배주보 목회칼럼.
주후 2004년 10월 31일

 

                                        겨울이 오기 전에

 

간혹 차를 타고 한강다리를 건너다가 ‘갑자기 다리가 무너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또는 전철을 타고 다니다가, ‘갑자기 전철에서 불이 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그리고 전철 안에 있는 소화기와 문을 수동으로 여닫는 손잡이의 위치를 눈여겨 본다. 내가 너무 소심하고 겁이 많은 걸까? 그러나 몇 년 전 성수대교 붕괴와 대구지하철참사를 생각해보면 결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언제 또 그런 일들이 나에게 닥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은 국제적인 테러단체들로부터의 테러 위협을 공공연히 받고 있는 때가 아닌가? 이렇게 만일의 사태에 대해 미리 생각하는 것은 불의의 사고가 났을 때에 당황하지 않고 신속하고 적합하게 대처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위기의 상황 속에서 나 혼자 살겠다고 긴 다리를 이용해 제일 먼저 도망치지는 않으리라고 다짐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내가 생각해보고 대처할 수 있는 사고의 경우란 고작 몇 가지 정도일 뿐이다. 원래 사고란 생각지 않은 때에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다가오는 것인지라 아무리 철저히 생각하고 대비해도 그 정도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우리의 삶에는 이런 유형의 사고 뿐만 아니라 무형의 위기들이 수없이 도사리고 있다. 질병, 실직, 가정불화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사는 데에는 수많은 위기들이 지뢰밭처럼 도사리고 있다. 성경에 나오는 다윗, 그도 역시 살면서 수많은 환란을 만난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열심히 섬겼던 임금에 의해 수없이 죽을 뻔 하고 광야로, 타국으로 쫒겨 다녀야 했다. 그리고 그가 임금이 된 이후에도 자기가 낳은 아들에 의해 두 번이나 반역을 당하고 쫓겨 다녀야했으며 이 외에도 여러 가지 환란을 겪었다. 그래서 다윗은 ‘위기’ ‘환란’ ‘불의의 사태’ 등에서는 전문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그가 시편 32편 6,7절에 자신의 노하우(know-how)를 공개했다.

“이로 인하여 무릇 경건한 자는 주를 만날 기회를 타서 주께 기도할지라 진실로 홍수가 범람할지라도 저에게 미치지 못하리이다. 주는 나의 은신처이오니 환란에서 나를 보호하시고 구원의 노래로 나를 에우시리이다.”

홍수가 범람하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폭우가 거세게 쏟아져 내린다. 잠수교는 물론, 이렇다할만한 한강다리들도 모두 잠겨가고 물은 도로로 집 안으로 넘쳐흐른다. 사람들은 모두 물을 피해 높은 곳으로 올라가느라 아우성이다. 가재도구는 물론 귀중품도 미쳐 챙기기 못한 채 겨우 몸만 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더군다나 이 홍수가 한 밤에 일어나면 사람들은 자다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얼떨떨하다 못해 두려운 표정으로 모두다 떨고 있다. 골목마다 주차된 자동차들도 간신히 천장만 보이고 미처 피하지 못한 애완동물들이 물 속에서 허우적 거린다.

내가 만약 이런 상황 속에 있다면 어떠하겠는가? 놀라고 두렵지 않겠는가? 그런데도 시편32편 6,7절에서 다윗은 경건한 자에게는 그 홍수의 두려운 물결이 미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그는 주를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도의 사람은 주님께서 자기의 피난처가 되시며 환란 가운데 자신을 보호하시는 분이심을 안다. 굳게 믿고 주님을 신뢰한다. 그래서 그는 어떠한 상황 가운데서도 요동하지 않고, 담대하다. 구원의 노래를 부른다.

우리의 삶에는 많은 위기들이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진리가 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께서 우리의 피난처가 되시며, 우리가 가야할 길을 가르치시는 분이시라는 사실이다.(시32:8) 그러므로 우리가 앞으로 닥칠 모든 위험에 가장 확실히 대처하는 방법은 바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도하는 것이다. 하나님을 만날 수 있을 때에, 그 모든 순간에 기도하며 하나님을 나의 구원의 반석으로 삼아야 한다. 내 안에 있는 경건치 못한 모든 것들을 주님께 맡겨 드리고 늘 주 앞에서 정결한 삶을 사는 것이다. 기도하지 않으면 이렇게 살 수 없다. 

가을이 빠알갛게 익어간다. 인생의 겨울이 오기 전에 우리의 기도도 깊이 익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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