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으로 드리는 기도 : 호흡과 생각

시편 146:4

 

생각의 주인이신 하나님,

 

저는 생각이 참 많습니다. 혼자 있으나, 다른 누구와 함께 있으나 마음속으로는 어떤 생각에 잠겨 있을 때가 많습니다. 깨어 있는 동안 늘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고, 심지어는 자다가도 생각을 하느라 잠을 설칠 때가 있습니다. 저는 생각 없이 욕구에 이끌려 살아가는 삶을 경멸하고, 깊은 생각을 가진 사람을 존경합니다. 그래서 사람이 호흡이 끊어지면, 흙으로 돌아가서 그 날에 그의 생각이 소멸하리로다.”는 너무나 당연한 말씀이 오늘 제게 사뭇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허무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금 우리의 일상과 삶을 뒤흔드는 코로나바이러스19는 이번 봄을 준비하며 세웠던 계획들을 모두 소멸시켜 버렸습니다. 마치 갑자기 불어닥친 바람에 겨우내 피워내었던 꽃이 후두룩 떨어지듯, 오랫동안 매우 진지하게 몰두했던 생각들, 계획들이 허무하게 사라졌습니다. 아마 언젠가 제가 이 땅에서 마지막 호흡을 내쉬는 순간 저의 모든 생각들, 계획들도 소멸되고 말겠지요. 만약 의식불명의 상태에 있다가 세상을 떠난다면, 저의 생각은 호흡보다도 먼저 그치고 말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성경에서 배운 주님도 생각하시는 분이십니다. 주님의 마음은 저희 생각으로 가득 차 있으시고(8:4), 주님의 생각은 저희 마음에 보배로우시며(139:17), 그 수가 많아 셀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40:5). 또한 하늘이 땅보다 높은 것처럼 주님의 생각은 저희의 생각보다 높다고 하셨지요(55:9). 주님, 부디 유한하고 낮은 저의 생각이, 무한하고 높은 주님의 생각 안에 있도록 사로잡아 주시옵소서. 제가 생각에 빠져 함께 하는 사람들 안에, 이 자연 안에 계신 주님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자신의 생각 안에 갇혀 살지 않도록 생각에서 깨어나게 하여 주시옵소서.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살 수는 없겠지만, 무엇보다 생각에 빠져 있는 사람이 되기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 되도록 날마다 제 가슴을 뜨겁게 만들어 주시옵소서.

 

저의 모든 호흡과 생각이 오직 주님 안에 있습니다.

 

2020.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