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몽



빠져나갈 수 없는 

초미세먼지를 뚫고

그리움이 찾아온 날

한 손엔 시집 들고

한 손은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고

동네 조그만 편의점을 찾는다


값싼 아메리카노 한 잔 값으로

컵라면 붉은 눈물이 얼룩진 

테이블 구석 자리를 구매해서

잠시 호사를 누리자


화초를 키우듯

해가 잘 드는 곳에 시집을 놓고

시 한 편 읽을 때마다

커피 한 모금 홀짝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이 내려 머리를 뒤덮고

돌아가신 아버지 

창밖에 뒷짐지고 서서

날 보며 빙긋 웃으시네

한 살 배기 아들은 

어느새 소년이 되어

다정한 얼굴로

엄마가 찾는다며 아빠를 부르러 와서

외로운 내 등을 만진다


아들아,

그리운 아들아,

가자 이제 함께 

집으로 가자


2018.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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