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새벽

너는 오늘과 다르게 보여
얼굴이 부었네, 퉁퉁
이제 곧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는데
무엇이 널 그리 슬프게 하니

타향살이 셋방
식탁 대신 외로움을 들여 놓고
그리움을 전자렌지에 돌려
공허함에 말아 먹는다 

졸음을 떨쳐내듯
다리 위를 질주하는
무관심한 자동차만
클릭 클릭


2.

오늘 새벽

너는 어제와 다르게 보여
얼굴이 환하네
하늘은 아직 어두운데
무엇이 널 그리 들뜨게 하니

땅 위에서 보이지 않는 
그대, 수평선 아래서
내 얼굴을 마주 본다

새벽잠 설치는 도시
어깨 위에 걸터 앉아
은은한 웃음만
빙그레


3. 

내일 새벽

너는 오늘과 다르게 보여
얼굴이 그새 일그러졌네
아침이 곧 다가 오는데
무엇이 널 그리 우울하게 하니

곧 아침 인사를 할 
조간 뉴스가
부산히 화장한다
사건 사고로
덕지덕지

공중을 날아다니는 방송파
시끄러운 그물에 걸린 채
수면 위에 비친 제 그림자만
물끄러미 동정

2012. 4. 6.



오늘 새벽 샌프란시스코 위에 낮게 뜬 보름달은 어제와 달랐다. 내일 보게 될 달도 다른 모습이겠지.
그러나 다른 것은 달이 아니라, 그것을 담는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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