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가든에 올라 베이 너머로 떨어지는 일몰을 보거나 사진으로 담을 때, 시야를 가리는 커다란 나무들이 항상 눈에 거슬렸다. 저 큰 나무 몇 그루만 없어도 훨씬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을 텐데 생각하며 아쉬워하곤 했다.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때면 나무들을 피해서 구도를 잡느라 애를 썼다. 그런데 오늘은 문득 이 나무들을 피사체로 삼고 싶어서 사진의 프레임 속에 넣어 보았더니 생각지도 못한 아름다운 풍경이 잡혔다. 그들이 장애물이 아니라, 그들을 알아 보지 못하는 내 눈 속에 장애물이 있었던 것이다. 하늘을 덮고 있던 짙은 회색 구름이 어느 순간 밝은 푸른 빛을 띠더니, 이내 짙은 남색으로 바뀌며 베이가 어둠에 잠겼다. 장엄한 신비로 가득찬 거룩한 일몰이었다.


2014. 9. 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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