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석 절로 구성된 이 시편은 매우 짧고 단순하지만, 끝없이 확장되는 아름다움과 기쁨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주제를 담고 있는 구절이 1절인데, 이것을 제가 메시지 성경번역으로 읽어 보겠습니다.

 

“[보라!] 얼마나 멋진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형제자매들이 어울려 지내는 모습!”

 

우리가 읽는 개역개정 성경에는 “형제”라고만 되어 있지만, 남성중심문화권에서는 남성대명사가 남성과 여성 모두를 포함하는 의미로도 쓰이기 때문에, 이 단어가 형제와 자매 모두를 뜻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당합니다. 그래서 시편 133편은 형제들과 자매들이 함께 어울려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좋고,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노래한 시입니다.

 

2절과 3절은 독자, 또는 청자들이 그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보다 구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인데, 사실 시공간적으로 저자와 매우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먼저 2절은 보배로운 기름이 아론의 머리에서, 수염으로, 그리고 수염에서 옷깃으로 흐르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이스라엘이나 고대 그리스에서는 머리털이나 몸을 향기 나는 올리브유로 문지른다는 말은 윤택하고 복된 삶의 즐거움을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대제사장 아론의 길고 숱이 많은 수염 역시 힘과 풍성함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으로 3절은 헐몬 산의 이슬이 시온 산에 내린 것과 같다고 노래합니다. 여기서 헐몬 산은 이스라엘의 북쪽 레바논에 있는 헤르몬 산을 말합니다. 헤르몬 산은 매우 높고 꼭대기에는 만년설이 뒤덮여 있어서 눈이 녹아 흐르는 물로 인해서 수량이 풍족한 곳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이슬’로 번역된 히브리 단어는 ‘이슬비’로도 번역이 될 수 있는데, 적은 양의 이슬이나 비라고 할지라도 건기에는 땅을 적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시편 기자는 이 헤르몬 산의 이슬이 시온 산에 내린다고 노래하는데, 한 저명한 유대인 학자는 지리적으로 시온 산은 헤르몬으로부터 매우 떨어져 있기 때문에 헤르몬의 이슬이 시온에 내린다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가 어렵다며, 원래는 시온 산이 아니라 바짝 마른 산일 것이라고 추정합니다. 왜냐하면 히브리어로 ‘시온’이라는 단어와 ‘메마른’이라는 단어는 글자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 시편이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에 편입이 되면서, ‘메마른’이라는 단어가 ‘시온’으로 바뀌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한 견해를 받아 들여서 3절 앞부분을 다시 번역하면 이렇습니다.

 

“헤르몬 산의 이슬이 메마른 산에 내림과 같도다.”

 

이처럼 대제사장 아론의 머리에서 수염으로, 수염에서 옷깃으로 흘러내리는 보배로운 기름의 이미지와 헤르몬 산에서 메마른 산으로 흘러내리는 이슬의 이미지는 모두 형제와 자매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좋고, 아름다우며, 즐거운 지를 보다 실감나게 느끼게 하려는 시적 표현들입니다. 그러한 삶이 얼마나 가치 있고 복된지, 시편 기자는 3절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곳이 바로 하나님께서 복을 내리시고, 영생을 베푸시는 현장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 시편을 읽고 묵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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