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명절을 보내었다. 

 

설날 연휴가 시작되는 토요일 오후, 아이가 구토를 시작했다. 아내가 급히 인근 소아과마다 다 전화를 해서 토요일 오후까지 진료를 하는 곳을 찾아 다녀왔다. 장염인 것 같다는 말과 함께 약을 받아왔는데, 약마저 토해내는 바람에 응급실에 가서 수액을 맞고 왔다. 그러고는 조금 나아지는 듯하더니 이틀 뒤 다시 구토를 심하게 했다. "어떻게 해야돼? 나 언제 나아?"라며 울상인 아이를 데리고 다시 응급실로 갔다. 응급실 문을 들어서자마자 아이는 바닥에다 또 다시 구토를 했고, 그것을 본 의사는 입원하는 게 좋겠다고 권했다.

 

그렇게 아이는 생후 두 번째 입원을 하게 되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보호자는 한 명밖에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해서 세 식구밖에 안되는 미니 가족이 명절에도 떨어지게 되었다. 아내는 자신이 들어가고 싶어하는 눈치였지만, 평소 아이랑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하는 내가 자원해서 아이와 함께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병실로 들어가게 되었다. 정밀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병실에서 격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2박 3일 동안 아들과 둘이서 찐하게 붙어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들은 병실에 들어가 환자복을 입더니 점점 기운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이틀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물만 마셔도 구토를 했는데, 저녁으로 나온 죽도 조금 먹기 시작했다. 연휴라 담당 의료진이 바쁜지 환자복 외에 병원에서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아직 수액 주사 바늘도 꼽지 못했고, 식전 약도 식후에 나왔다. 그렇게 아이는 조금씩 식사량도 늘고, 몸도 점점 회복되어 만 이틀만에 병원에서 나올 수 있게 되었다.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아이와 함께 병원에서 보낸 2박 3일이 자꾸 생각난다. 그 기간이 모두 특별한 시간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마음에 묵직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순간들이 있다. 그러고 보니 입원을 위해 코로나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대기실 병상에 누워 잠든 아들의 손을 잡고 간절히 기도했다. 아이가 아프기 시작한 때부터 여러 차례 기도했지만, 특히 그 순간에는 기운이 빠져 병상에 누워 있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 가련해서 기도는 더욱 간절해졌고, 눈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 그때 주님께서 내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 아이를 책임질 것이다." 그 이후로 아이는 거짓말처럼 물도 마시고, 죽도 먹기 시작했다. 환자복의 마법이 아니었다! 

 

퇴원한 다음 날 아침, 코로나19 정밀검사 결과 음성이라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2022.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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