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한 것이 좋다

날적이 2008. 1. 25. 10:16

오랜만에, 누님의 아이들, 그러니까 조카들과 며칠을 함께 보냈다.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인 준영이, 그리고 유치원에 다니는 가영이는

다른 사람들은 썰렁하다고 표정을 굳히는 나의 유치한 유머에 입을 크게 벌리고 웃는 팬들이다.

'유치한' 게, 나랑 통한다!

 

많은 어른들은 유치한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유치해서는 삶을 제대로 살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늘 복잡하고, 삶을 살아가는 많은 노하우로 그 머리와 가슴을 채우고 있다.

그 노하우들이란 대개 선입관, 편법, 탐욕, 이해득실을 따지는 계산들이다.

나도 그런 어른이다. 벌써 삼십대 중반이다! 

 

유치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순수하다는 말이리라. 그리고 단순하다는 뜻도 된다.

깨끗함과 단순함은 인간의 성장에 있어서 미성숙한 사람 특성을 나타내는 단어일지는 모르나

기독교신앙에 있어서는 영적으로 성숙한 사람, 그리스도의 모습을 닮은 사람을 나타내는 말들이다.

그래서 주님은 우리가 어린아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말씀하지 않으셨던가!

 

그래서 난 유치한 것이 좋다. 순수한 우리 조카들과 함께 있으면, 나도 아이가 된 것 같다.

나도 벌써 때가 많이 묻은 아저씨이기에

아이들과 같이 놀다보면, 나도 그 순수함으로 덩달아 정화되는 것 같다.

비슷하게 무한도전 같은 유치한 방송을 보며, 깔깔거리고 웃으면, 일종의 카타르시스도 느껴진다.

 

조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 효과일까?

어제 저녁, 유치한 영화를 보며, 제법 눈물을 흘렸다.

함께 간 사람들은 모두 지루하다는데, 혼자 눈이 빨개져서 극장을 나왔다. 창피하게도......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하는데도 눈물이 또 나왔다.

 

우습다.

 

'권혁일, 이 정도면, 유치하다 못해 청승이다!'


2008년 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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