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통치자들은 자기 백성을 속이는

사기꾼이고 도둑놈들이다.

그래서 나는 노한다. 크게 노한다.

그들은 뼛속까지 사무치도록 내 진노를 느끼게 되리라.


(호세아 5:10 / 메시지 예언서)


이 말씀을 읽는데 속이 상하는 이유는

옛날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이런 통치자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이 말씀을 읽는데 속이 시원한 이유는

그들은 갖은 변명과 핑계로 

자신들의 범죄를 은폐하고 합리화시키려하지만, 

하나님께서 그들의 정체를 속속들이 알고 폭로하시기 때문이다.


이 말씀을 읽는데 또 다시 속이 상하는 이유는

이 말씀을 듣고도 

회개하고 돌이킬 정치인들이 거의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또 다시 이 말씀을 읽으며 그래도 희망을 가지는 이유는

하나님께서 무관심하신 것이 아니라 

크게 진노하시기 때문이다.


2013. 11. 14.

'묵상 > 말씀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확실의 바다로 발을 내딛을 때  (0) 2013.12.04
합법적인 불의  (0) 2013.09.12
이사야의 통곡  (0) 2013.09.12

단풍놀이



죽기 전에 단풍놀이 한 번 가면 좋겠다

죽음을 앞둔 나뭇잎들이

온 몸에 힘을 빼고 처연히

빚어내는 고운 빛깔들 속에 

나도 벌거벗고 몸을 담그고 싶다

무심히 지나가는 바람에 핑그르르

떨어지는 낙엽을 향해

인생의 절정은 푸른 여름날이 아니라

죽기 직전이라며 작별인사를 전하고 싶다


창밖을 가로 막고 있는 

답답한 붉은 벽돌들 대신

단풍놀이 한 번 가면 좋겠다

마지막 숨을 내쉬기 전에 


2013. 11. 13.

'시와 수필 > 멸치 똥-습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나에게 타인이다  (0) 2013.11.24
그의 얼굴  (0) 2013.10.30
서글픈 뒷모습  (0) 2013.09.04

     여러 가지 고민이 많은 탓에 하루 종일 공부도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저녁을 먹고 책꽂이에서 읽지 않은 책을 한 권 빼들었다. 《백인: 백번의 인내》(KIATS 2011). 한국 최초의 목사이자, 선교사로 복음을 전하며 살다가 일제 말기에 순교한 이기풍 목사님의 일생을 다룬 소설이다. 사실 약 5년 전에 이기풍 목사님의 따님이신 이사례 권사님이 쓰신 전기《이기풍》(기독교문사, 2008)을 읽은 적이 있었기에 비슷한 내용의 《백인:백번의 인내》를 읽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는데, 오늘따라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백인》은 이기풍 목사님의 생애를 소설화한 작품으로서, 전기 《이기풍》에 실린 일화들을 자료로 하여 거기에다 약간의 상상력과 허구를 가미해서 작가 이경윤 님이 쓴 전기소설(傳記小說)이다. 그래서 역사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전기 《이기풍》이 훨씬 많은 내용과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다. 또한 문장이나 구조에 있어서도 《이기풍》이 원래 1965년 동아일보사에서 주최한 논픽션 공모에 당선되어 <신동아>(1965년 10월호)에 <순교보>라는 제목으로 게재가 되었던 작품인 만큼 준수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백인》은 이사례 님의 글에는 없는 이기풍 목사님의 생애에 대한 새로운 자료를 포함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분의 생애를 완전히 새로운 관점으로 조명, 평가하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자료면에서나 학술적인 면에서는 오히려 《이기풍》보다 빈약한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백인》은 고난과 인내라는 관점에서 《이기풍》에 실린 자료를 취사선택하여 소설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이나 평소에 독서를 즐기지 않는 독자들도 쉽게, 빨리 읽고 이기풍 목사님의 생애를 알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리고 대화를 담고 있는 평안도와 제주도 사투리는 글을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백인》은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들어 있는 액자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먼저 프롤로그와 '백인 할머니'라는 제목의 첫 번째 장에는 집을 떠나 여수 바닷가를 찾은 한 젊은이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그는 미국에서 조기 유학을 하며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한국에 있는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를 맞게 되어 할 수 없이 귀국하게 된다. 그런데 그를 맞는 현실은 어둡고 퀴퀴한 반지하 집과 사라진 어머니라는 절망적인 현실이었다. 그래서 그는 무작정 집을 떠나 서울과 멀리 떨어진 여수로 내려가는데 그곳에서 만난 '백인 할머니'라는 인물을 통해서 이기풍 목사님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고난을 극복해 나갈 용기를 얻게 된다. 이러한 외부 이야기 속에 이기풍 목사님의 생애라는 내부 이야기가 들어 있다. 사실 도입부의 외부 이야기가 눈에 띄게 '소설 같은' 이야기이고, 에필로그에서도 화자가 이기풍 목사님 관련 유적지들을 방문한다는 이상의 서사나 함축된 의미를 찾아 보기 어렵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와 같은 액자 구성을 통해서 반 세기 전의 이기풍 목사님의 삶이 오늘날 고난을 겪는 세대에게도 여전히 '할 말'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듯하다. 작가는 '들어가는 글'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아무리 인간이 편리한 세상을 만든다고 하더라고 인간들이 모여 사는 한 고통과 고난은 끊이지 않습니다. …… 저는 모든 현대인들에게 차분한 마음으로 이기풍 목사의 삶을 한번 들여다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는 편한 길을 선택하기보다는 언제나 어려운 길을 선택한 특이한 사람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언제나 신앙 안에서 인내하고 베풀며 한평생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 인내 속에서 삶의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백인》, 6쪽.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이기풍 목사님의 삶을 다시 읽으며, 가장 마음에 남는 것은 이 책의 제목이자 이기풍 목사님이 직접 붓글씨로 써서 벽에다 걸어 두셨다던 "백인(忍)"이라는 글자이다. 나의 인내는 아직 백 번에 한참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명을 따라 복음을 전하며 이곳 저곳 다니시느라 소중한 세 명의 자녀들을 질병으로 먼저 잃은 참척의 아픔은 올해 내가 갑자기 아버지를 잃은 아픔보다도 훨씬 더 깊고 고통스럽지 않았을까? 제주도의 영혼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목선을 타고 바다를 건너갔던 이기풍 목사님은 현지에서 바다의 폭풍보다도 더 거센 제주도민들의 저항과 핍박을 받게 되었다. 그때 그는 이렇게 기도했다. 


"주여 저에게 힘을 주소서. 저 백성을 감동시킬 수 있느 힘을 주소서." 《백인》, 65쪽.


그리고 훗날 그는 자신의 고난을 회상하며 다음과 같이 설교했다고 한다. 


"여러분, 우리는 오늘 인간이 살아가는 데 고난을 참아내는 인내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배웠습네다. 또 그 인내가 얼마나 대단한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도 배웠습네다. 앞으로도 우리에게 또 어떤 큰 고난이 닥쳐올지 모릅네다. 하지만 우리 모두 하나님이 주시는 인내로 다 이겨내야 합네다.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습네다." 《백인》, 96쪽.[각주:1]


     혹시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사람이나, 예상보다 극심한 고난으로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 있거나, 맡겨진 사명을 감당하기에 힘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이들은 이기풍 목사님의 생애를 일독해 볼 것을 권한다. 따님이 쓰신 사실감 넘치는 《이기풍》이든지, 좀더 가볍게 (그러나 내용이 가볍다는 뜻은 아니다) 읽을 수 있는 소설 《백인》이든지 자신의 형편과 기호에 맞게 선택하면 되겠다. 이렇게 선택의 폭이 있다는 것은 우리 독자들에게는 좋은 일이다.



백인 백번의 인내

저자
이경윤 지음
출판사
KIATS | 2011-11-25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이기풍 목사 이야기 파도와 풍랑의 삶 속에서 백인百忍의 신앙을...
가격비교



이기풍

저자
이사례 지음
출판사
기독교문사 | 2008-10-20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
가격비교



YI GI-PUNG(이기풍)

저자
YI SA-RYE 지음
출판사
KIATS | 2008-09-01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이사례 권사의 『MISSIONARY AND MARTYR YI G...
가격비교



이기풍 (중문판)

저자
이기풍 지음
출판사
KIATS | 2010-06-18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
가격비교



2013. 11. 11.

  1. 이 설교문의 실제 존재 여부를 필자는 소설 외의 자료에서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으나, 소설 속의 다른 설교문 인용 사례를 참조할 때에 작가가 실제 전해 내려오는 설교문에서 이 부분을 인용한 것이라 추측한다. [본문으로]

오늘 교회에서 성경퀴즈대회가 있었다. 출제와 진행을 맡게 되어서, 미리 예상문제집을 만들어 몇 주 전에 교인들께 나누어 드렸더니, 예상보다도 더 열심히 공부해 오셨다.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도 대답을 잘 하시고, 암송구절도 척척 외우셨다.


기존의 성경문제집의 문제들을 가져와서 암기력을 테스트하기보다, 교우들이 공부할 때에 말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관점을 얻으실 수 있도록 문제를 새롭게 출제하였다. 기존의 틀을 완전히 탈피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교우들이 성경을 읽으실 때 밑줄을 긋는 부분이 바뀌게 되지 않을까 살짝 기대해 본다. 그리고 교우님들이 그레고리(Gregory of Nyssa)의 '에펙타시스(epecktasis)'처럼 말씀을 알면 알수록 하나님을 더 깊이 알고자 하는 열망이 더 커지기를 기도한다. (참조)


혹시 <마가복음>으로 성경 퀴즈를 할 예정인 공동체가 있다면, 어느 정도 참조가 되리라 생각해서 이번에 만든 예상문제집과 답을 공유한다. 원하시는 분은 내려 받아 자유롭게 사용하시길!


마가복음 성경퀴즈 문제와 답.xlsx     마가복음 성경퀴즈 예상문제집.hwp


2013. 11. 10.




길을 가다가 바닷가에 모여 앉아

자유롭고, 즐겁고, 친근한 대화를 나눈 날


2013. 11. 7.


'날적이 > 그림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가 나를 부른다  (0) 2013.12.18
결혼 생활은 끝없는 탐구이다  (0) 2013.10.09
운동화 빠는 날  (0) 2013.0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