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서정시'에 관한 수업을 들으며 윤동주 시인의 시를 미국학생들과 함께 읽을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동안 윤동주의 시가 여러 분들에 의해 영어로 번역되었지만, 주로 의역되었고 최근의 원전연구를 통해 본문이 확정되기 전에 번역된 것들이라, 원문의 의미에 충실하지 못하다고 생각되어, 부족하지만 몇 편을 영어로 번역했다. 한글 원전은 윤동주 저, 홍장학 편, 《정본 윤동주 전집》 (서울: 문학과 지성사, 2004)에서 가져왔다.


A Literal Translation of Yun Dong-ju’s Poem : The Korean text of the below poem came from Dong-Joo Yun, The Original and Complete Works of Yun Dong-Ju [정본 윤동주 전집] ed. Jang-Hak Hong (Seoul: Moonji Publishing, 2004), 105, 106, 122, 124. The English translations are by Hyeokil Kwon. 


병원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 한 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본다.
 
1940년 12월

 


Hospital


Veiling her face with the shade of an apricot tree, lying on the backyard of a hospital, a young woman takes a sunbath with her white legs exposed beneath her white dress. Even though half a day has declined, nobody, not even a butterfly, has come to see her, who is known that her heart is sick. On the branches of the apricot tree, which is not sad, there isn’t even the wind.

After enduring for a long time the pain that I don’t know, I have come here for the first time. However, my aged doctor does not know a young person’s illness. He says I don’t have a disease. This excessive ordeal, this excessive fatigue, I should not get angry.

The woman rises up from her place, adjusts her dress, picks a marigold from the flowerbed, pins it on her heart, and disappears into the ward. Hoping her health—also my health will be quickly recovered, I try lying on the place where she lay.

December 1940.
 


1.  

어제 새벽

너는 오늘과 다르게 보여
얼굴이 부었네, 퉁퉁
이제 곧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는데
무엇이 널 그리 슬프게 하니

타향살이 셋방
식탁 대신 외로움을 들여 놓고
그리움을 전자렌지에 돌려
공허함에 말아 먹는다 

졸음을 떨쳐내듯
다리 위를 질주하는
무관심한 자동차만
클릭 클릭


2.

오늘 새벽

너는 어제와 다르게 보여
얼굴이 환하네
하늘은 아직 어두운데
무엇이 널 그리 들뜨게 하니

땅 위에서 보이지 않는 
그대, 수평선 아래서
내 얼굴을 마주 본다

새벽잠 설치는 도시
어깨 위에 걸터 앉아
은은한 웃음만
빙그레


3. 

내일 새벽

너는 오늘과 다르게 보여
얼굴이 그새 일그러졌네
아침이 곧 다가 오는데
무엇이 널 그리 우울하게 하니

곧 아침 인사를 할 
조간 뉴스가
부산히 화장한다
사건 사고로
덕지덕지

공중을 날아다니는 방송파
시끄러운 그물에 걸린 채
수면 위에 비친 제 그림자만
물끄러미 동정

2012. 4. 6.



오늘 새벽 샌프란시스코 위에 낮게 뜬 보름달은 어제와 달랐다. 내일 보게 될 달도 다른 모습이겠지.
그러나 다른 것은 달이 아니라, 그것을 담는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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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역대하 33:1-13


므낫세는 남유다의 역사상 가장 악한 왕들 중 하나이다. 므낫세의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악행들은 하나님께서 남유다를 멸망시키기로 결심하시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왕하23:26). 오늘 그의 삶에 관한 부분을 읽는데 다음과 같은 구절이 눈에 들어온다.

7a. 또 자기가 만든 아로새긴 목상을 하나님의 전에 세웠더라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대신해서, 눈에 보이는 신을 '자기 손으로' 만든 자이다. 마치 광야에서 금송아지를 만든 그의 선조들처럼.
인간이 자기 손으로 신을 만들고, 제사를 통해서 그 신을 '조종'하려고 하는 것은 사실상 신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신을 자신의 욕망을 위한 도구로 만드는 것이다. 므낫세에게 있어서 신이란 그랬다. 그래서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불명확성' 속에 있는 하나님 대신, '확실한' 모양을 가지고 있는 해와 달과 별들에게 제사했으며, 자신의 욕망을 형상화하여 목상을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그것을 하나님의 신전에, 하나님의 자리에 갖다 두었다.

때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의 욕망을 '하나님'이라는 이름에 투사(projection)한다. 비록 므낫세처럼 눈에 보이는 우상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이 원하는 하나님에 대한 '개념'을 만들어 내어 그 '하나님'을 조종하려고 한다. 내가 아는 하나님은 어떤 분인가? 때로는 '불명확성'과 '불확실성' 속에서 하나님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그것이 믿음일 것이다. 현재의 불투명한 상황에 어떤 식으로든 의미를 부여하려 하거나 하나님에 대한 어떤 '개념'을 만들어내기 보다 있는 그대로의 하나님을 알기 위해 갈망하고 그 불명확성을 직면하는 것, 그 속에서 순종하며 사는 것이 믿음이다. 

하나님은 므낫세를 돌이키시기 위해 선지자를 보내셨으나 므낫세와 유다 백성들은 보이지 않는 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 이에 하나님은 그를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가게 하셨고, 므낫세는 환난과 고통 가운데에서 하나님께 기도한다. 이제 그는 그가 신을 만들고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지 않은 신 곧, 하나님의 자비를 구한다. 므낫세 이야기의 마지막은 다음과 같은 말로 끝난다.

13b. 므낫세가 그제서야 여호와께서 하나님이신 줄을 알았더라

결국 그는 하나님을 알게 되었지만, 그것을 위해 너무나 값비싼 대가를 치루었다. 많은 이들이 돈과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짜내고 노력한다. 나에게 있어서도 절약은 항상 노력하지는 못하더라도 지속적인 관심사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므낫세의 경우처럼 하나님을 알기 위해 불필요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도록 그 대가를 '절약'하는 일은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못 했다. 나와 내가 섬기는 이들이 이런 '절약'을 할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삶의 불명확성 속에서 굳이 '의미' 또는 '개념'이라는 인위적인 등을 달기보다, 어둠 속에서 모든 것의 의미가 되시는 하나님께서 주실 한 줄기의 진리의 빛을 기다리는 것, 그것 자체가 의미 있는 삶이 아닐까?

2012년 3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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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12일, 바람이 엄청 불던 날


올해 섬기는 교회에서 청년부 모임이 새롭게 시작되었다. 그간 교회에 청년들이 '희귀해서' 모임이 없었는데, 올해는 청년모임 멍석이라도 깔아야겠다는 부담감이 생겨서 일단 시작했다.그랬더니 올해 새로운 청년들이 한 둘 씩 교회를 찾아온다.알고 보니 작년에 희귀한 청년 두 분이 청년모임이 시작되도록 기도를 많이 했다고 한다. 아직 몇 명 되지는 않았지만, 넓은 땅으로 옮겨 심겨져서 풍성한 열매를 맺을 이삭들을 키우는 아름다운 모판(Seedbed)이 되기를 매주 청년들과의 만남은 내 마음을 또한 젊어지게 한다.^^



San Francisco가 내려다 보이는 Twin Peaks에서

규영 형제, 담희 자매, 그리고 문철성 집사님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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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학위 논문이 Flowers of Contemplation:Peace and Social Justice 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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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do spiritual experiences empower Christians to reform their society? Nowadays, many Christians seek spiritual disciplines in order to develop an intimate relationship with God. However, some of them seem to fail to integrate their transcendent experience with their social activities. Therefore, the author researches the relationship between spiritual experience and social action. He inquires into some important spiritual figures: St. Ignatius of Loyola from an active order tradition, Thomas Merton from a contemplative order tradition, and Gil Seon-Ju from the early Korean Protestant church. The author argues that for the three spiritual masters, their social actions for peace and justice are deeply rooted in their experience of contemplation. Also, he clarifies some aspects of contemplation and action which are needed for the renewal of the Korean church. Anyone wishing to integrate spiritual experience and social reformation will find wisdom from St. Ignatius of Loyola, Thomas Merton, and Gil Seon-ju through this book.





PEACE AND SOCIAL JUSTICE AS FLOWERS OF CONTEMPLATION:

WISDOM FROM ST. IGNATIUS OF LOYOLA, THOMAS MERTON AND

GIL SEON-JU FOR THE 21ST CENTURY KOREAN CHURCH

 

석사학위 (Master of Theology) 논문

Jesuit School of Theology of Santa Clara University, Berkeley, California, USA

September 2010

 

  

 

TABLE OF CONTENTS

 

INTRODUCTION

 

Chapter: St. Ignatius of Loyola: “Contemplation in Action” and Social Justice

.A. In the Text of the Spiritual Exercises

.A.1. The Importance of Action.

.A.2. Overcoming the Tension between Contemplation and Action.

.B. In the Society of Jesus and its Context

.B.1. Being the Contemplative in Action.

.B.2. St. Ignatius and the early Jesuits’ Embodiment of the Contemplative in Action 

.C. Excursus: Pedro Arrupe and Modern Embodiment of the Contemplative in Action

.D. Conclusion

 

Chapter: Thomas Merton: Contemplation and Struggle for Peacemaking

.A. Merton’s Understanding of Contemplation and the World

.B. Merton’s Contemplative Vision of Peacemaking

.B.1. Merton’s Understanding of War

.B.2. Merton’s Understanding and Vision of Peace.

.C. Merton’s Contemplative Strategies on Peacemaking

.C.1. To Awaken People’s Responsibility and True Self.

.C.2. Nonviolent Movement and a Third Position.

.D. Conclusion

 

Chapter: Gil Seon-Ju: Spiritual Awakening and Social Awakening

.A. The Pyeongyang Great Revival of 1907 and the March 1st Independence Movement of 1919

.B. Reverend Gil Seon-Ju and an Active Contemplation

.B.1. The Life and Conversion Experience of Gil Seon-Ju.

.B.2. Gil Seon-Ju, a Social Activist

.C. Conclusion

 

Chapter : Integration beyond Similarity and Difference: Wisdom for Today’s Korean Church

.A. Similarities and Differences between Ignatius and Merton

.A.1. Understanding of Contemplation and Action.

.A.2. Identity and Responsibility of Christian or Contemplative.

.A.3. Discernment and Contemplative Perspective.

.A.4. Renewal Movement

.B. Sowing the Seeds of Wisdom from Ignatius and Merton in the Soil of the Korean Church within the Tradition of Gil Seon-Ju

.B.1. Active Contemplation as Integration of the Two Dimensions.

.B.2. Identity and Responsibility of Korean Christian.

.B.3. Discernment and Strategies for Social Action in Today’s Korea.

.B.4. Renewal of Church: Prophecy Rather than Survival

.C. Conclusion

 

CONCLUSION

 

BIBLIOGRAPHY